누비 공예가  최숙정

정직한 손놀림으로 옷감에 ‘길’을 만든다. 인생의 ‘길’을 묻는다.

최숙정 누비 공예가는 “누비란 곧 자신이요, 벗”이라고 강조한다. 보온성을 살리고 고유한 천의 재질의 장점을 배가 되게 하는 실용적인 전통 공예인 누비는 요즘 ‘윤리적 소비’를 강조하는 ‘비건 패션’과 다르지 않다.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재료로 탄생하며, 제작기법 또한 노력한 시간을 그대로 드러내 주어 정직하다. 작가 최명희는 『혼불』에서 누비 바느질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. “누에씨보다도 작은 바늘땀에, 촘촘히 박아가는 선이 한 땀이라도 어긋나면 안 되는 누비 바느질…, 솜씨는 그만두고 속에서 열불이 나 못할 일이었다. 솜 놓은 저고리나 바지나 두루마기 감의 온 바닥을 개미가 지나가듯 좁은 걸음으로, 한 줄도 아니요, 두 줄도 아니요, 석 줄, 넉 줄도 아닌, 수수 백, 수수 천 줄을 누벼야 하는 바느질….” 그렇다. 개미가 지나가듯 좁은 걸음과 같은 누비는 어떤 특별한 장식이 아닌 홈질로 천과 천, 천과 솜을 이어서 하나로 만드는 바느질 기법이다. 옷 전체를 균일한 땀과 간격을 유지하며 떠낸 누비는 화려한 기교가 아닌 ‘단순함 속의 미학’을 표출해 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예술품이다.